1 Oct 2016 mf

시월이다. 시월은 한 번은 꼭 입 밖으로 소리내어 발음해보게 된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고 뭐라도 해내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낄 수 있어서. 예전엔 발음하고 나면 좀 쓸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그렇지만, 이제는 약간 누를 수 있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데이트를 했다. 오늘의 퀘스트는 각자 전시를 보러 가는 것. 애인은 서울의 미디어시티2016을 나는 쿼리베이에 있는 Para/Site에서 열리는 아핏차퐁 개인전을 체크체크. 준-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실패했다. 구글맵에서는 오픈시간이니까 어여와라고 되어 있어서 그 밑에 조그맣게 China National Day라고 되어 있어도 무시했는데, 닫혀있었다. 나는 늘 이래서 놀랍진 않지만, 오늘은 좀 불행했다. 옆에서 같이 가로 막혀 슬퍼하고 있는 사람이 있길래 인사를 하고 같이 다른 전시를 보러 이동.

렁이라는 그 친구가 소개한 공간들은 모두 샴수이포에 있었다. 한 곳은 바이크 전문점이 폐점한 이후 작은 디스플레이 공간을 재점유한 비디오 설치 작업. 보자마자 집에 가고 싶어짐. 화면에서는 3D로 캐스팅된 고래가 샴수이포 거리를 유영하고 있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보려고 카메라를 들이밀었는데, 폐바이크샵의 유리에 미러링된 나와 샴수이포 공간이 계속 포개어졌다. 안 좋은 표정으로 집에 가겠다고 하는 나를 렁이 설득했다. 마지못해 발걸음을 옮긴 곳은 그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Things that can happen이라는 신생공간. 전시는 뭄바이와 샴수이포를 유비적 관계로 풀어낸 Yogesh Barve의 레지던스 전시였다. 5분 전에 포기 하지 않기를 잘했다. 파운더 중 한 명이자 작가인 Lee Kit이 오프닝 기념으로 와인을 따라주었고, 베이징과 홍콩 그리고 서울의 신생공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http://www.thingsthatcanhappen.hk/

오프라인 데이트 역시 많은 것들이 끼어들지만, 온라인 퀘스트 데이트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신체 자체를 즉물적인 미디엄으로 이용할 수 없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만질 수 없다. 향을 맡을 수도 없고. 각종 보철물(prosthetics)들이 신체의 역량을 강화해줄 수 있다는 어떠한 신화(ableism)는 자주 깨진다. 그래도 우리는 인간 아닌 것들의 신체에, 그것들이 연결해주는 제한된 시청각에, 그것들에 깃든 기억의 편들을 절합해야만 서로 가깝다고 느낀다. 폰과 네트워크 환경이 구려서 통신이 자주 끊긴다는 얘기. 통신이 끊길 때마다 애인은 노래를 부르고 나는 댄스 브레이크를 하기로 약속한 뒤로는 좀 낫긴하다. 월급 들어오면 핸드폰 바꿔야지. ㅠㅠ